사회악?

오늘 인테넷 기사를 보니 학교 폭력 등 4대 사회악 척결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과연 현재 우리 사회의 불행의 원인이 된다는(정부 생각에) 4대 사회악이 무엇인지 기사를 보니,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의아한 부분은 사회정책(법이나 제도)으로 해결되는 문제를 소위 '사회'악으로 지칭할 수 있을까? 그럼, 사회악이란 무엇일까 궁금해졌습니다.

인터넷에 '사회악'이란 검색어로 검색을 하니, '7가지 사회악'이라는 위키 백과 내용이 먼저 나왔습니다. 위키 백과에 나와있는 7가지 사회악은 간디가 암살되기 전 손자에게 전한 글에서 언급되었다고 합니다.

- '원칙없는 정치' (Politics without Principle)

- '노동없는 부' (Wealth without Work)

- '양심없는 쾌락' (Pleasure without Conscience)

- '인격없는 지식' (Knowledge without Character)

- '도덕성없는 상업' (Commerce without Morality)

- '인간성없는 과학' (Science without Humanity)

- '희생없는 신앙' (Worship without Sacrifice)

목록에 언급된 사회악들은 법이나 제도로 규제하기 어려운 개인의 양심에 달린 윤리적 문제가 원인이 되는 부정적인 사회현상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불량식품의 경우, 도덕성없는 상업과 연결지을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생산과 유통 과정에 대한 제도 마련을 통해 개선이 가능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정부에서 말하는 각종 폭력과 불량식품 등의 사회악은 '사회악'이 아닌 이미 법(을 포함한 제도)을 위반하는 범법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이미 이러한 사항을 알기에 소위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각종 폭력과 불량식품을 '사회악'이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사회악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알지만 사회악이라고 하면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과장된 표현을 쓴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건 사려깊지 못한 경솔한 단어 선택이요, 무식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을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대의(Agenda)없이 행하는 그들의 정치 행태의 개선(원칙없는 정치), 불노소득으로 심해지는 양극화 문제의 대책 마련(노동없는 부)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성공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알맹이없는 스펙쌓기와 인간성이 결여된 교육(인격없는 지식), 이익창출만을 위한 노동 착취, 재료 속임,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소자본 죽이기(도덕성없는 상업),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급급한 과학 기술 개발(인간성없는 과학), 사회적 기여보다는 개인의 영달, 종교인과 단체의 세확장과 부의 확충에만 매몰된 종교(희생없는 신앙)... 법과 제도로 어찌하기 어려운, 그러나 사회 깊숙히 뿌리박고 불행의 씨앗이 되는 사회악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 및 의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일정 부분은 제도 개선을 통해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사회악에 대처하는 모든 국민의 기본 자세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덕분에 '7가지 사회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