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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가구, 집

흙담집

Dr.TeKtOn 2007. 9. 12. 21:34
어릴적 살던 집은 증조부께서 그 집터에 정착하며 지은 흙담으로 된 초가였습니다. 내 기억의 범위에는 슬레이트 지붕이지만, 날 때는 초가였다고 합니다. 한창 새마을 운동이 전국을 휩쓸면서 초가 지붕은 사라지고, 동리에 하나둘씩 슬라브를 얹은 집들과 소위 양옥들이 늘어났습니다. 내가 나고 자란 그 흙집은, 도시 계획에 따라 고등학교 다닐 적에 헐리고 사라졌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와 함께 집과 마당의 구석 구석을 사진에 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집에서 나는 겨울은 많이 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풍지 바른 문과 지붕에 있던 벌어진 이음새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터운 솜이불을 덮고 추위를 잊고,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곤 했습니다.

여름의 흙집은 최고였습니다. 아직까지 그 시절만큼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는 집을 못 보았습니다. 아주 깊은 계곡 속 그늘을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정도가 그 집의 여름보다 시원한 것 같습니다. 한여름 낮에 방안에 누워 잘 때에도 꼭 얇은 이불을 덮고 자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조그만 방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자니, 그 시원했던 여름과 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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